(칼럼) 왜 한강에 배가 안 보이죠? (240704)

왜 한강에 배가 안 보이죠?


김   판   주




“왜 한강에 배가 한 대도 안 보이는 거죠?”

6월의 어느 날 오후, 미국인 두 분을 태우고 동작대교와 한강대교를 연하는 코스로 보트를 운항하고 있었다. 그때 한 손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왜 한강에 배가 한 대도 안 보이는 거죠? 무슨 이유가 있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다소 당황했다.

“예? 한강에 배가 없다구요? 한 대도 안 보인다구요?”


▲ 사진 : 동작대교 - 반포대교 세빛섬 골든블루마리나에서 바라본 전경


새삼스럽게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배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여의나루에 가까운 한강대교 아래에 있었지만 배가 보이지 않았다. 자주 다니는 유람선도 그날 그 시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미국인 손님은 고향에 큰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에는 늘 많은 보트와 요트들이 떠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한강에 배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고 재차 물어왔다. 딱히 명쾌한 답을 얘기해줄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새삼스러웠다. 드넓은 한강에 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나도 궁금했다.



가끔 찍어 놓은 한강의 사진들에도 한가롭게 떠다니는 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 생각해 보았다. 환경부에서 월 1회 실시하는 한강 수질검사를 위해 성수대교로부터 행주대교 간 32(Km)를 2시간 정도 왕복 운행할 때, 그때 과연 강 위에서 배를 많이 봤던가? 그때도 별로 배들은 만나지 못했다. 해양경찰의 순찰함을 포함해서 대여섯 대 미만이었던 것 같다. 이 32(Km)의 구간은 한강에서 레저활동이 허용된 실질적인 전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운항 중인 배들은 거의 없었다.


▲ 사진 : 한강대교  -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전경


이것이 우리의 수상레저 현주소라고 여겨진다. 한강에 수상레저시설은 잠실대교로부터 난지 상암동 월드컵 공원의 구간에 총 48개소나 있다. 이 시설들에는 크고 작은 모터보트, 고무보트, 요트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즐기는 인구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수상레저를 즐기지 않고 있다.
또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수상레저 장비들도 누구나 한강에 띄워서 운용할 수 있다. 반포와 망원에는 경사로(슬로프)가 있어서 누구나 신청만 하면 중량 장비를 내려서 한강에 띄울 수 있다. 문제는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이지만 수상레저 장비를 소장하는 개인이 많지 못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레저 장비를 지상에 계류 시킬 수 있는 주차장이 없기에 개인이 소장할 수 없을 것이다.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우리의 문화는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갖고 있는 수상레저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이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비용과 위험하다는 인식이다. 그리고 수상레저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특별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일 것이다. 비용의 문제는 48개소의 수상레저시설에서 장비를 대여하면 얼마든지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수상레저 활동 전에 안전대책을 충분히 갖추면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학교 교육은 스포츠를 정규 교과 과정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수상레저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고,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 것이다. 



▲ 사진 : 동작대교 - 반포대교 세빛섬 골든블루마리나에서 바라본 전경


지난해 배를 탔던 손님 중 20여 명의 미국인 청년들이 생각이 난다. 그들은 배에 타자마자 겉옷을 벗었고 속에는 이미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운항하는 배에서 한강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동시에 즐기고자 했다. 우리 운항사들은 깜짝 놀라 안전을 위해 안된다고, 그들의 시도를 중단시켜야 했다. 그들은 매우 의아해하고 아쉬워했다.
한강에 배가 왜 없냐고 질문했던 손님은 내게 이런 요청을 했다. 배에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고 했다. 내 대답은! 물론 안된다 했다. 위험하다고
나의 대답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색했다. 물론 그 손님도 고개를 갸우뚱했고, 그냥 웃고 말았다.

내 주변에 수영을 자신 있게 잘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 직장인 세빛섬 ‘골든블루마리나’에는 많다. 그렇지만 일상의 생활 속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수상레저에 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에 대한 시민들의 편안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반포동과 청담동 일대 올림픽도로 위에 덮개공원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난지한강공원 인근 친수복합시설인 ‘서울수상레저스포츠센터’ 개관식을 지난 6월 19일 서울시장 주관으로 가졌다. 수상계류장(69척)과 육상계류장(89척)을 갖추고 있다. 한강 최대 규모의 공용계류장(마리나)이다. 정식 운용은 8월 1일이라고 한다.

수상레저가 생활 속으로 한 걸음씩 가까이 들어오고 있다.

한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수영을 해도 될까?
물론 할 수 있다. 11군데 한강공원 안내센터에서 수상레저활동신고서를 작성만 하면 할 수 있다.
한강 물에서 수영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  한강공원 안내센터 : 강서, 난지, 망원, 양화, 여의도, 이촌, 반포, 뚝섬, 잠원, 잠실, 광나루 안내센터
※  관련 현황 :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누리집(hangang.seoul.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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