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오 나의 태양) (240604)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오 나의 태양)



김 판 주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상도시이다. 5세기경 로마제국 분열시 사람들이 토르첼로 섬에 모여 살면서 베네치아가 건설되기 시작했고, 이후 인구가 늘면서 섬 밖의 삼각주와 갯벌 위에 수많은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으면서 지금의 베네치아가 건설되었다. 베네치아 중심을 흐르는 카날 그랑데(Canal Grande, 대운하)에 이어진 골목길 같은 200여 개의 작은 운하들을 중심으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와 수많은 골목, 개성이 넘치는 건물로 이루어진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말할 수 있다. 


▲ 출처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골목 운하로 들어가면 수상택시라 할 수 있는 곤돌라 배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성악가에 버금가는 노래 실력의 사공들이 ‘산타루치아’나 ‘오 솔레 미오’를 열창하는 모습은 세계적인 관광 명물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가수를 대동할 때는 기타 반주까지 더해서 연주하고, 앞뒤로 대여섯 척의 곤돌라를 줄지어 세우고 운항한다. 베네치아의 곤돌라가 유명한 것은 노래가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출처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우리 민족도 워낙 오래전부터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의 ‘삼국지’와 ‘위지 동이전’에 고구려가 10월에 추수 감사제인 ‘동맹’을 열고 하늘에 대한 제사와 ‘가무’를 며칠씩 즐겼다는 기록이 있고, 이 행사는 고려 말기까지 팔관회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면서 ‘무려 1,5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우리 민족이 춤과 음악을 즐긴 것은 고전 시가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신라시대의 향가, 고려시대의 경기체가, 조선시대의 시조, 잡가, 판소리 등 민족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시와 음악을 즐겨왔다.
뱃놀이를 하면서도 당연히 음악을 즐겼다. 18세기 조선시대의 민속 화가인 신윤복이 그린 ‘주유청강’을 보면 천막을 설치한 배에 살짝 취기가 올랐을 것 같은 양반들과 기녀들이 뱃놀이를 하고 있고, 그 뒤에는 피리부는 악사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뱃놀이에 음악은 빠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음악이 있는 뱃놀이 절정은 조선시대 평안감사의 대동강 뱃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8~19세기경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월야선유도 평안감사 향유도’에는 평안도 관찰사가 한밤중에 대동강에서 대규모의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평양 주민들이 강변에 나와서 횃불을 밝히고 함께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그림에서 관찰사가 타고 있는 중앙의 배를 자세히 보면 여러 악사들이 피리, 나팔 등의 관악기, 아쟁 같은 현악기, 그리고 타악기 등이 통합된 오케스트라가 함께 있다. 강 위 떠 있는 불을 많이 볼 수 있다. 역시 뱃놀이에는 음악이 절대로 필요하고, 아름다운 조명이 있다면 더더욱 흥이 오르는 것이다.



6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 한강에는 항상 수많은 배들이 운항 되어 왔다. 지금은 상류에는 오염 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배들이 운용되고 있고, 하류에는 어선들이 많이 운용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중류 일대에는 많은 레저 배들이 운용되고 있다. 대형 유람선, 쾌속선, 요트 등등.
그리고 이들 모든 배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다. 옛날 같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경우 보다는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어떤 음악은 고된 노동을 위로 해주는 노동요이고, 어떤 음악은 그야말로 뱃놀이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일 것이다.
세빛섬의 골든블루 마리나에서 운항사로 일하면서 승객들을 위해 음악을 선곡하고 들려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운항사 개인들은 시간을 들여서 자기만의 선곡 리스트를 만드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청년들은 뉴진스(New Jeans)의 최신 가요와 Anne Marie, Justin Bieber의 팝송을 좋아한다. 흥이 오른 청년들은 봉덕레인저스(Bongduck Rangers)의 클럽 댄스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기도 한다. 중년의 승객들은 임영웅을 비롯한 미스터 트롯과 미스 트롯의 음악을 들려주면 많이 행복해 한다.
역시 배에서는 음악이 있어야 좋다.


한강 세빛섬에서는 매일 밤 반포대교에서 쏟아져 내리는 ‘레인보우 분수쇼’를 볼 수 있다. 이 ‘분수’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위 분수’로 등재되어 있다. 쏟아져 내리는 분수와 휘황한 빛의 조합은 한마디로 장엄하다. 분수쇼를 보면서 듣는 음악은 승객들의 분위기에 따라 늘 달라지지만, 어쨌든 음악은 항상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수쇼’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으로 쇼팽의 피아노 곡을 추천한다.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든다.


▲ 사진 : 한강 반포대교 무지개분수 장면


한편, 음악이 없는 뱃놀이도 참 좋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뱃전에 부딪히는 물소리만 들리는 순간은 가장 고요하고 평화롭다. 분주하고 바쁜 삶에서 ‘나’ 자신을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준다.
햇살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면 온몸에 활력의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하얗고 파란 달빛이 드넓은 한강에 가득차게 비친다. 캄캄한 물에 넘치듯 일렁이는 달빛은 아주 생소하고 신비롭다.

한강 뱃놀이에는 음악이 있어도 좋고, 음악이 없어도 참 좋다. 뱃놀이는 행복하다.

내일은 요트 위에서 ‘오 솔레 미오’와 ‘사공의 노래’를 조용히 들어야겠다.


※ 세빛섬 ‘레인보우 분수쇼’ 필자 추천곡:
- Chopin, No.2 In E Flat Major Op.9 No.2: Andante For Piano & St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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