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강의 요트 항해사, 태평양을 꿈 꾼다! (240303)

세일링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할 것을 ‘꿈’꾸며...

한강의 요트 항해사, 태평양을 꿈 꾼다!


김  판  주


머지않은 나중 나는 세일링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58세의 나는 주변 사람이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이 꿈은 33년 육군 장교로 복무하고 퇴역한 나에게 가슴 뛰게 기분 좋은 설렘을 주고 있다.

나는 통영에서 태어나 주로 부산에서 성장했다. 매년 방학이 되면 통영에 계신 할머니 댁에 갔다. 대부분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부산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통영으로 갔다. 당시 버스보다 바닷길 시간이 덜 걸렸고, 또 통영항에 내리면 할머니 집이 가까워 배를 타고 다녔다. 그때마다 바다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보였다. 새파랗고 초록이 빛나는 바다가 상쾌했고 지나가는 쾌속선이 일으키는 물보라는 신선한 구경거리였다. 통영 항구에 빽빽하게 묶여 있는 다양한 형태의 어선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크고 작은 여객선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투명하고 맑은 물속에서 무리 지어 헤엄치는 어린 물고기를 구경하는 건 방학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성장하는 동안에도 항만이 가까워 늘 바다와 배들을 보면서 생활했다. 조금만 나가면 낚시를 던져서 고기를 잡을 수 있었고 산자락에 있었던 고등학교에서는 늘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내게서 가까웠고 그래서 좋았다.

그런데 나는 바다와 더 친해지지는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바다는 그저 익숙한 경치였고, 가끔 친구들과 낚시를 나가는 곳이었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생활 속 평범한 풍경이었다.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더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알지 못했다. 그 후 군인으로 복무하며 경험한 바다는 혹독한 훈련장이었고, 적이 언제든 침투할 수 있기에 통제해야 하는 작전지역이었다.

그러던 10년 전, 어린 시절에 좋아했고 막연하게 동경했던 바다가 내게 다시 꿈을 꾸게 했다. 세일링 요트로 단독, 무기항, 무동력, 무원조 세계 일주에 성공하는 30~50대 우리나라 모험가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바다를 세일링 요트로 항해하는 새로운 스포츠 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당시 해양수산부 등에서 발표한 해양레저 발전을 위한 중장기계획은 해양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었으며, 그것을 시작으로 해양레저 산업에서는 분야별 적극적이고 대담한 도전 활동을 독려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 대부분의 정서가 요트는 부자들 사치 생활로 인식하고 있던 시절이었지만, 요트가 해양스포츠의 중요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해양레저활동의 문화로서 요트를 대중화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 후 10여 년 레저와 스포츠로서의 세일링 요트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국가통계자료에 의하면 2014년 이전 500여 대였던 요트가 불과 10년 만에 매년 50 ~ 150여 대씩 등록되어 현재 1,200여 대 이상의 세일링 요트가 운용되고 있다.
‘요트조종면허’도 매년 1,000 ~ 1,600명이 취득하여 현재 2만여 명 이상에 이르고 있어 10년 전 대비 10배 이상이라 한다. 요트 문화 활성화를 시키기 위해 필수적 기반시설인 마리나도 현재 전국에 30여 개소가 운용되고 있다.
관련 행사도 늘어나서 지난 3월 초에 개최된 ‘경기국제요트쇼’를 비롯하여 ‘부산국제요트쇼(4월)’, ‘제주해양레저박람회(9월경)’ 등,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고, 요트대회도 해양경찰청장배 전국요트대회(국가대표 선발),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항 요트대회, 전국 체육대회 요트대회 등 27개의 대회가 올 한 해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요트를 스포츠로 즐기고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이 확연히 좋아진 것이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문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사회적 교육체계 내에서의 해양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근접해 살아왔던 나에게도 요트는 영화에서나 보는 사치품이었다. 심지어 강릉에 처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단지 구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금도 우리의 교육 현실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팍팍한 대학입시 중심 교육은 청소년들이 1~2시간만 이동하면 갈 수 있는 바다에서 해양스포츠로 심신 단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과목 자체에서도 해양스포츠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피서철에 타고 노는 바나나보트, 땅콩 보트, 플라잉 피쉬 등, 레저(놀이)를 해양 스포츠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누구라도 배우지 않은 것을 쉽게 알 수 없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K-골프, K-음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처럼 K-요트와 같은 해양스포츠도 세계를 이끄는 우리 컨텐츠가 될 수 있다.
우선 학교 교육이 국민 해양 스포츠에 관심과 접근을 제고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대학입시제도 설계도 해양스포츠를 포함한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한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다소 시간이 경과 되면 해양스포츠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즐기는 대상이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는 저렴하고 경제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요트는 부자의 사치품이 아닌 국민의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나는 늦게나마 세일링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는 꿈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달려가 볼 것이다.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 놓은 지금의 요트 문화가 나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그동안 나는 ‘동력수상레저보트조종면허(1급)’, ‘요트조종면허’, ‘소형선박조종면허’ 등을 취득하였고, 지금은 한강 ‘골든블루마리나’에서 보트와 요트를 운항하는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다. 큰 강에서 조석 간만의 차에 따른 역동적인 물의 흐름을 배우고, 세일이 바람을 품고 요트를 달리게 하는 원리를 배우고 있으며, 선박 선체의 특성과 엔진 작동 원리도 배워가고 있다.

세일링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할 것을 ‘꿈’꾸며...
어느덧 3월이 되어 얼었던 한강이 녹고 수면은 유난히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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