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티(Yachtie), 마리나를 사랑하는 청춘들 (241004)

- 사랑한다. 태양과 더위와 혹한의 겨울조차도 가로막지 못할 그들을...

‘요티(Yachtie), 마리나를 사랑하는 청춘들’

사랑한다. 태양과 더위와 혹한의 겨울조차도 가로막지 못할 그들을...



꿈꾸는 세일러 김 판 주



올 여름 더위는 단연 역대급이었다. 기상 관측 이래 열대야 지속 일수가 34일로 역대 최장이었고, 폭염 일수 또한 24일로 역대 3위였다. 기나긴 여름의 끝이 언제일지 가늠하기가 무척 힘들고 지루했다.

한강의 마리나에서 요트 일을 하는 동안의 무더위는 한층 더했다.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태양 빛은 그늘 없이 노출된 피부와 온몸을 태웠다. 일렁이는 수면과 새하얀 요트 표면에서 반사되는 또 하나의 강한 햇빛은 눈을 뜨지 못하게 하였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날이면 뜨겁고 습한 기운에 온몸과 마음이 눅진해져 마치 물 머금은 솜 마냥 축 늘어져서 지쳤다.
그야말로 최악의 여름을 견뎠었다.

그랬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가을이 와버렸다. 불과 며칠 사이에 따뜻한 담요를 찾게 되었다.
참 좋은 계절이다. 한강을 운항하면 유쾌하고 상쾌해진다. 가수 로제의 ‘아파트(APT.)’ 음악 때문에 더없이 즐겁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가을하늘도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은 청명함이 눈부시고, 시원한 바람은 가슴을 부풀게 해준다.
한강 물도 이전보다 더 맑고 투명해져 보인다.
그래, 참 좋은 계절이 왔다.

이곳 마리나에서 뜨거운 여름을 이기고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요티(Yachtie)들은 모두 꿈을 좇는 청년들이다. 제각각 다양한 일들을 하다 요트를 통해 푸른 꿈을 이루고자 마리나에 찾아온 것이다.
항공학과 학생, 일어일문학과 학생, 체육대학 졸업자, 동물원 사육사, 대형 선박 기관사와 항해사, 어부, 프로그래머, 육군 장교, 엘리트 회사원, 신문사 발행인 등등이 이들 청년들이 지나온 일들이다. 이들이 마리나에 요티로 모여 같은 꿈을 쫓고 있다.


▲ 마리나를 찾은 손님에게 안전사항과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장소=골든블루마리나)


같은 꿈을 갖고 있는 청년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열려 있고, 같이 배우고 같이 성과를 만들어 간다. 서로에게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 된다.
또한, 강이라는 열린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 계절의 변화에 대한 순응, 기상과 자연환경이 주는 위험을 극복하는 강인함 등의 경험은 이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만든다.


▲ 카약 프로그램 중 지친 이용객의 선박을 안전 조치 하는 모습(장소=골든블루마리나)


당연히 순수한 마음의 남녀 이성간에는 동질감을 넘어서는 특별한 감정들도 싹트게 된다.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한다.
실제로 마리나에서는 청년들의 만남과 연애와 결혼이 잦다.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강과 바다라는 자연 앞에서 야생의 날 것 같은 서로의 모습과 생각을 접하면서 사람을 진심으로 믿게 되는 순수한 사랑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연애에 가장 적절한 거리에 대한 남녀의 생각’은 ‘왕복 1시간 내의 거리’라고 한다. 대략 ‘4Km 이내 거리’이기도 하다. 마리나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의 연애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자 거리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미혼율(15세 이상 인구 중 미혼자 수)은 2000년의 27.9%에 비해 2022년에는 31.1%로 증가하였다 한다. 20대 청년은 71%에서 93%로, 30대 청년은 29%에서 42%로 급증하였다.
2024년 현재,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율은 남자 38%, 여자 49%이다. 또한 ‘결혼을 하기 위한 배우자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배우자의 경제 정도’가 남자는 56%, 여자는 89%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할 때, 마리나 젊은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은 다소 특이한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쓴 바가 있듯이, 마리나 요티들이 다수의 직업을 가지는 ‘N잡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겨울이 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불안정성, 박봉의 급여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통계청 자료에서 말하는, 청년들의 결혼 기피와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인 ‘경제 정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서와 맞지 않는다.

필자는 여기서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결혼 정책에 한 가지 힌트를 보게 된다.
국가는 청년들이 꿈을 꾸게 해야 한다.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들이 많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해야 한다. 그런 일들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모여서 전념하고 몰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그 속에서 인구 문제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문제의 해결책도 보일 것이다.
이상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진지하게 인구정책의 철학을 재정립하기를 기대한다.


▲ 마리나를 찾은 손님에게 요트탑승을 안내하는 모습 (장소=골든블루마리나)


마리나의 청년들은 꿈을 쫓아 모여 있다. 그 꿈을 위해 청춘의 시간을 쏟아붇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지난 여름의 지독한 무더위와의 싸움도 그저 즐거운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난 마리나의 청년 요티들이 부럽다.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해양 마리나 문화의 개척자이자 선두 주자인 그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랑한다. 태양과 더위와 혹한의 겨울조차도 가로막지 못할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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