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커피 로스팅(Roasting)의 여유? (240804)

커피 로스팅(Roasting)의 여유?



꿈꾸는 세일러 김 판 주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좋아한다. 바쁜 일상에서도 커피 한잔 그 여유를 즐긴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좋아하니 우리 주변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참 많다. 이리저리 둘러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카페를 찾을 수 있다. 인적 드문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가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지는 예쁘고 특징 있는 카페를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이다.
‘달고 쓴 인류 최대의 음료수’ 커피의 고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라고 한다. 6~7세기에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커피는 이슬람의 메카로 전파되었고, 이후 11세기경 아라비아 예멘에서 처음으로 작물로 재배되었다. 지금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모카 커피’는 예멘의 ‘모카 항’ 이름에서 유래하였고, 단순히 열매를 그대로 먹거나 통째로 끓여 먹던 커피를 현재의 로스팅(Roasting) 형태로 발전시킨 것 또한 예멘 사람들이다. 예멘은 아라비카종(Arabica種) 커피의 생산지로서 커피의 양대 산맥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 (또 하나의 산맥은 인도네시아 ‘자바’이며, 로부스타종(Robusta種)이다)

17세기경, 이 커피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오레가 탄생했다. 유럽인들은 ‘생활의 여유’에서 커피를 즐겼던 만큼 카페 문화를 주도하였다. 커피에 우유를 타서 마시기 시작했고, 프랑스 루이 16세는 값비싼 설탕을 넣어 커피 맛을 한껏 살리고 싶어 했다. 카페가 줄줄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탈리아에는 1720년에 최초의 카페 ‘플로리안(Florian)’이 생기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카페가 되었다.

미국의 커피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중에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을 통해 ‘자유’와 ‘독립운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후 커피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국민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고,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1위일 정도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896년 고종 황제가 아관파천 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한다. 그 커피의 쓴맛이 ‘아픈 쓴맛’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커피의 쓴맛은 누가 뭐래도 가장 매력적인 맛이지 않겠는가.
커피에 대한 튀르키예의 속담이 있다.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커피에 대한 강렬한 평가라 생각한다. 


▲ 커피 생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나는 커피의 자유로움을 좋아한다. 커피를 직접 추출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과정에 자유로운 선택들이 있어서 좋다. 몇 해 전부터 커피 ‘생두’를 직접 구매해 로스팅(Roasting)하고, 그 원두를 적절히 블렌딩(Blending) 후 커피를 추출해 마시고 있다. 이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선택들이 그야말로 모두 내 맘대로다.
생두는 주로 아프리카산(産)의 아라비카종(種)을 고른다.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Yirgacheff), 시다모(Sidamo) 또는 콜럼비아의 슈프리모(Supremo) 등 마음에 끌리는 대로 고른다.
너무나 많은 종류가 있기에 앞으로 긴 시간 동안 맛보고 싶은 커피 생두 고르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로스팅은 시나몬(신맛)과 미디엄(신맛과 쓴맛) 정도를 좋아하고, 커피 추출은 주로 핸드드립으로 해서 마시지만, 가끔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특유의 진한 맛을 음미하기도 한다. 


▲ 로스팅(미디엄) 후 원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의 맛과 향은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음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생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커피 맛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 향, 산도, 단맛, 쓴맛, 바디감(Body, 커피를 입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밀도와 무게감) 등이다. 이것들의 조합에 따라 커피의 맛은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 꿈꾸는 세일러 김판주님 – 직접로스팅한 커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


나는 진한 초콜릿 맛에 새콤한 과일의 맛과 향이 어우러지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를 로스팅하면서 맛을 찾아가는 것은 즐겁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생두를 고르고 로스팅해서 커피를 마시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 로스팅한 원두를 3~5일 정도 숙성시키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새로운 커피를 마시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이 며칠의 기간 나는 맛있는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17세기 말, 네덜란드인이 말레이시아로 몰래 실어 나른 커피 씨앗을 재배하면서 커피는 아시아로 확산이 되었다. 커피는 육로로 전파되기도 했지만, 해상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다. 바닷길을 통해 미국, 브라질(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아시아로 전파되었다.

나의 계획(?)에는 튼튼한 요트 한 척을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며, 어느 한적한 연안에 도착해 구한 좋은 생두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이 있다.
붉은 석양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때까지 바쁜 일상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좀 더 즐겨야겠다.

...로스팅을 통한 기다림의 여유도 함께 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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