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주 남산 칠불암! (241003)

경주 남산 칠불암!


김일하-발로 뛰는 문화유적 답사기



▲ 사진 : 화랑대 앞 은행나무 (2015,11)


화랑의 정신이 가득 담긴 화랑대를 지나 길가 작은 연못 서출지를 지나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그러면 그곳이 전염불사지로 두 개의 석탑을 볼 수 있다. 


▲ 사진 : 서출지 (2015,11)


 탑을 오른쪽에 두고 작은 주차장을 지나 그 앞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옆 한자리에 지게 하나 누워있다. 오늘은 짐이 없는지 아니면 누군가 먼저 힘써 주었는지 그 자리는 비어있다. 이 가을 개울의 물소리를 들으며 빨갛게 익어가는 탐스러운 사과나무밭을 옆에 두고 그렇게 산책 아닌 등산을 시작한다.


▲ 사진 : 전염불사지 3층석탑(2015,11)


과수원 입구를 조금 지나면 경주 남산 국립공원입구가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다. 길은 오솔길로 숲이 우거져 있어 여름이라도 시원한 곳이다. 한참 동안을 올라도 계곡이 있어 언제든 발도 담그고 세수도 할 수 있어 더없이 상쾌한 등산길이다.
한 30, 40분을 오르면 어느새 한 채의 한옥이 보이고 그 옆에는 등산으로 피곤한 이의 목을 달래줄 약수터가 있다.


▲ 사진 :  신선사 마애불에서본 칠불암(2015,11)


여기서 부터 대략 20여 미터만 더 가면 오늘의 그곳 칠불암이다. 칠불암 암자의 이름처럼 바로 옆 바위를 깍아서 삼존불을 모시고, 그 삼존불 앞에 사방불로 4명의 부처를 모셔 모두 7분의 불상이 모셔져 있어 이름이 그러한 줄 할겠다.
[참고: 국보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慶州 南山 七佛庵 磨崖佛像群) | 국가유산포털 | 국가유산 검색 (heritage.go.kr) ]


▲ 사진 : 칠불암 마애불상군(2015,11)


 워낙에 유명하다 보니 주말이면 사람으로 가득하고 옆길로 난 오솔길을 오르면 일곱명의 보살보다 더 유명한 신선사 마애불이 있어 산을 오르고 또 오르게 된다. 주인은 칠불암이요, 객이 그 위에 앉아서 오는 이들을 맞아준다. 어쩌면 신선사 마애불이 주인일 수도 있겠다.
칠불암은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좋다. 특히, 구름이 낮게 운해를 이루는 날이면 그 풍광은 최고가 된다. 지금처럼 가을 단풍을 보며 오르는 길도 볼만하지만, 봄날 사과나무꽃과 진달래꽃 몇 개씩 피는 그 시간 또한 뒤지지 않아 발길은 절로 산을 오르게 한다.


▲ 사진 : 신선사 마애불 (2015,11) 


칠불암 암자에는 올라오는 산객들을 여스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니 더없이 정겹다. 우리가 간 날은 날도 흐려 오르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없어서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암자 안쪽에서 일곱 분의 불상이 보이도록 유리로 창을 내었다. 입구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큰 소나무와 그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 것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비라도 내리고 소나무에 숨어있던 구름이라도 일면, 말해 무엇할까!

금년에는 경주‘칠불암 5감 치유체험’이 국가유산 대표 상표 10선에 선정되어 경주 남산의 유일한 국보 ‘칠불암 마애불상군’을 주제로 5감과 문화유산·숲·예술·명상 등에 대해 융·복합 프로그램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다.
칠불암 5감 치유체험은 올해 11월까지 매월 두 번째 금‧토요일 개최,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행사 참여에 대한 문의는 주관단체인 (사)경주문화유산활용연구원(054-773-2988)로 연락하면 된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칠불암의 이모저모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하다.


▲ 사진 : 신선사 마애불  전경 ( 2024.03)


칠불암과 더불어 정상 근처 바위 아래 정좌하고 있는 마애불은 반드시 봐야 할 필수 코스다. 등산로에 데크가 설치되고 마애불을 정면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나에게는 예전만 못할지라도 결코 빼놓는다면 아쉬운 코스일 것이다. 저 앞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가을에는 황금들녁)이 시야를 시원하게 하고, 아찔하게 난 소로를 슬며시 돌아가다 보면 느닷없이 마애불이 나타나 나를 보고 있다. 마애불은 산을 등지고 바위를 비스듬하게 파고 들어가 자리하고 있다. 왼손은 수인을 하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그리고 아래로는 구름을 바닥 삼아 탁자에 앉아서는 오른 다리는 앞으로 내고 왼 다리는 반가부좌로 앉아서 지긋이 감은 눈으로 나를 보는 듯하다.


지금은 데크로 앞쪽을 내어 넓게 만들어 바로 앞에서 볼수 있었지만, 4~5년 전만 해도 바로 뒤가 절벽이라 쇠난간으로 아슬아슬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더욱 긴장감을 주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가 비치는 방향에 따라서 그 미소가, 그윽한 눈빛이 달라지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고 바라보다 내려오게 된다.


▲ 사진 : 칠불암 전경 ( 2024.03)


머리 위쪽에는 가로로 길게 홈이 폐여서 이전에는 여기에 목조가구를 세워서 암자처럼 사용했던 흔적이 보이며, 바위를 파내고, 쪼아내서 그 안에서 부처님을 꺼내 놓으니 가히 보물이라 할 만하다.
[ 참고 :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 반가상(慶州 南山 神仙庵 磨崖菩薩 半跏像)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ks.ac.kr) ]


조금만 시간이 된다면 능선까지 오르자. 이 산 정상 부근에 삼층석탑 하나가 숲으로 가리어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없다 보니 이제는 찾아가는 길이 수고롭다. 고위봉으로 바로 가는 등산객에게는 일부러 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 탑을 보려고 마애불에서 더 오르는 사람이 없다. 오르내리는 사람이라도 자주 가 더 살펴 보고 잘 있는지 관심을 가질 수 없어 아쉽다. 겨울이 되기 전 한 번 더 올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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