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야산! (250303)

- 등산로를 52년만에 개방했다고 하니


가 야 산 !
(등산로를 52년 만에 개방했다고 하니...)

김일하-발로 뛰는 문화유적 답사기




우리나라에 불, 법, 승의 삼보 사찰이 있다. 불(佛)은 부처를 의미하고, 법(法)은 부처의 말씀을 의미하며, 승(僧)은 그것을 지켜 따르는 승려를 의미한다.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그리고 송광사가 그 절인데 오늘은 팔만대장경 법문을 가지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을 간다.


<가야산 ~, 뒤태 이쁘네!...>


가야산은 해발 1,340m의 우두봉(상왕봉)과 칠불봉을 연이어서 가지고 있다. 총 3개의 등산로가 있고, 갈라지거나 만나는 코스로 치면 5개의 탐방로가 있다.

해인사를 곁에 둔 토산골 탐방지원센터, 백운동 탐방지원센터(서상재를 오르는 만물상코스와 계곡을 따라 백운암지를 거쳐 가는 2개 코스가 있다) 그리고 2024년 52년 만에 개방한 법전리 탐방지원센터(봉앙탐당지원센터와 생태탐방로가 연결되어 있다)가 있다.



오늘 나는 법전리 탐방 지원센터로 오른다.진주에서 33번 국도를 따라 한 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곳이 성주 군 법전리이다.
가는 길은 합천 황강의 모래톱과 그 옆으로 대야성과 함벽루, 연호사가 그림처럼 앉아있고, 더 달리다 보면 저 멀리 산등성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지산동 고분군이 대가야의 웅혼한 고분군이 연이 보인다. 대략 700기의 무덤이 있다고 하니 시간이 있다면 둘러볼 만하다.
고령에서 성주로 들어 가면서 오른쪽으로는 대가천이 흐르고 저 멀리 왼쪽 차창 넘어 늠름하게 우뚝 솟아있는 산이 ‘가야산’이다.


주로 앞(해인사 방향)에서 보다가 뒤에서 보니 높고 가파른 것이 가야산 같지 않다. 아무래도 52년 만의 개방이다 보니 아직 찾는 이가 없어 눈에 익지 않아서 더 그래 보인다.

주차장은 2개가 있어 주차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으나 화장실이 좀 아쉽다. 그러나 일요일임에도 차량이 5대 정도 있는 것으 봐서 많이 아직 찾지는 않는 듯했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는 흰 눈이 가득하다. 3월인데도 등산로 입구부터 눈이 녹지 않아 아직 겨울이다. 눈 위로 보이는 발자국은 내 앞으로 1명 정도 오른 듯 보이고, 발자국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등산로임에는 틀림이 없다.

산을 오르며 순간순간 어딘지 가늠해 보지만 짐작하기 쉽지 않다. 2시간 30분가량 오르고 나서야 칠불봉과 우두봉 사이 기상관측 시설(과 CCTV)이 있는 곳이 나왔다.
오르는 동안 멀리서 본 정상은 눈에 덮여 신비로 왔고, 소나무 위 쌓인 눈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풍성해 보인다. 나무의 가지 끝에 얼어붙은 투명 얼음 날 조각은 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수정이 부딪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따금 머리 위로 눈 다발과 얼음 다발이 쏟아질 때면 즐겁기도 하지만, 간혹 아프기도 했다. 모자를 쓰고 온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모자가 있어 좋았는데, 편하게 오를 요량으로 아이젠 없이 올랐더니 결국 다리는 근육경련이 일어나 오르는 중 한참을 서 쉬었다 가곤 했다.
우두봉 정상은 앞선 여러 팀이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나마 멀리 드리운 산그리메를 보며 넋 놓고 시간을 보냈다. 3월 봄날에 바람까지 불지 않는 날씨라 금방 노곤함이 밀려왔다.
바로 앞 칠불봉도 놓칠 수 없어 다녀오니 이제 막 서성재로 올라온 2개 팀과 만물상, 남산 제일봉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몇몇 팀이 보인다.
산은 높은 만큼 만족감이 큰 건지 모르겠으나 정상에서 보는 풍광은 올라 올 때의 피곤함을 한 번에 날려 버린다.

가야산 아래 해인사(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교계의 보물중에 보물인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팔만대장경 관람은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 관람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팔만대장경은 직접 봐야지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한때 팔만대장경을 과학적으로 보존 관리하겠다고 하여서 따로 모아서 현대식으로 만든 건물에 보관도 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뒤틀리고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 다시 지금의 장경판전으로 돌려놓고서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가야산의 대가람 해인사에는 딸린 암자만 18개, 말사로는 193개가 있다. 가히 전국적인 법보종찰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오르기 전 조금만 내려가면 가야산을 병풍 삼아 펼쳐진 폐사지가 눈에 띈다.
3층 석탑이 주변의 부재들과 함께 외롭게 서 있고, 발굴되어 정리가 되었으나 폐사지가 가지고 있는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삼층석탑이 선 자리는 파도같이 일렁이는 가야산의 산그리메로 가득하고, 뒤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가야산이 있어 절대 외롭지 않고 당당하다.

이 절터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세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1677년(숙종 3) 간행된 성주 지방지인『경산지(京山志)』의 기록에 의하면 법수사지는 9금당, 8종각 등 무려 천 칸이나 되는 사찰이었다고 되어 있어 사역 규모가 합천 해인사를 능가하는 대규모 사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해인사가 오히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암자로 꼭꼭 숨겨놓은 곳이라면 그것을 관장하던 절이 이 법수사(금당사)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알 수 없다. 법이 물처럼 철철 흘러넘쳤을 이곳 법수사도 지나가는 길에 눈길 한번, 발길 한번 주면 좋을것 같다.

오늘 가야산은 눈 많은 춘삼월에 갔지만 사계절이 즐거운 곳이다. 팔만대장경은 2021년 800년 만에 친견할 수 있고, 2024년에는 150년 만에 팔만대장경을 직접 인경 하였다.
해인사 뒤 마애불 또한 2013년 9월 대장경세계문화축전기간 중 1,200년 만에 개방되었다가 그해 11월 참배 길은 다시 폐쇄하였다.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출입을 금지했다가 2010년에 다시 개방했고, 칠불암 코스도 2024년에 개방을 했으니, 가야산에 새롭게 개방된 곳은 여럿이 된다.



 산을 타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법전리 코스는 가야산 종주 코스로 손색이 없으나, 최소한의 교통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산행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악회 같은 모임 형태로 산을 찾는다면 관광버스로 이동을 하면 되지만, 일반인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작년 개방기념으로 주말에 일 4회 버스를 운행했다고 하나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 버스가 운행하면 좋을 듯 하나 그렇게 하기에는 성주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제안이 있다면 지역 관광버스 회사와 협약을 통해 주말이나 공휴일 하루 2회 정도 버스를 운행하는 것이다. 택시의 경우 왕복 비용으로 4~5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등산객에게는 가벼운 비용이 아니다. 적당한 관광버스 가격(개인적으로 5천원~1만원)으로 편의를 제공한다면 지역 관광과 활성화란 목적 달성을 위한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종주 인증서나 방문 기념 패치라도 만들어 운영한다면 더 좋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과는 달리 탐방로 개방에 대한 성과는 성주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산객들 반응도 미미하다. 의도는 알겠으나 현실적용에 있어 많은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10월의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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