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과정이 세일링 (2/2)

- ‘LA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회장 두 번째 이야기
- 세일링 그 안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 L.A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회장.인터뷰 -두번째 이야기)



세일링 그 안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미주 지역 한인 이주 12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3년 세일링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항해한 남진우 선장, 현재 ‘LA한인요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요트와 항해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일링의 대중화를 위한 클럽 운영을 소개하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 귀한 경험을 나누어 주신 남진우 선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전 기사 보기 : L.A 한인요트클럽- 최종의 스포츠 요트!)


▲ LA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회장 (제공 : LA한인요트클럽)

▶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는 예전에 성당에서 인연이 있던 지금 와이프와 25년만에 다시 만나 2017년 결혼을 했습니다.


▲ 롱비치 마리나에서의 결혼식(제공 : LA한인요트클럽)

그때는 배를 만들 때였으니 가까운 바다에서 배를 띄워 노를 저으며 데이트를 했었고, 마리나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공휴일, 생일 등 ‘dock party’를 심심찮게 하고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하여 정말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나, 둘은 해적과 인어를 컨셉으로 롱비치 마리나(Long Beach marina)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결혼식도 주위 사람들이 도와줘서 멋있게 끝낼 수 있었구요.


▲ 롱비치 마리나에서의 결혼식(제공 : LA한인요트클럽)

결혼하기 전 저의 조건 하나는 배를 타고 한국에 갈 것이다. 그것에 반대를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 여느 부인들은 남편이 하려고 하는 일에 대체로 반대하는 성향이 많아요.
태평양을 건넌다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기도 하겠지만요. 그 부분에 대해선 승낙을 받은 상태인거죠.

▶ 한국으로의 항해는 오래전부터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때부터 조금씩 준비했고, 2018년 3월 초 연습 삼아 홀로 L.A에서 미국 북쪽 끝에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까지 항해하기로 하였습니다.
북쪽 태평양은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불어오고 날씨가 험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자신에 대한 시험을 해 보기도 하고, 바다를 더 알아야 했기에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갔을 때 내가 왜 이 항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포기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북상 중 날씨 관계상 조그만 항구나 어촌에 들리는 횟수가 많았어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도 많이 만들었고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인간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던 항해였습니다.


▲ 시애틀까지 북상 중 (제공 : LA한인요트클럽)

하루 종일 항해해도 이항에서 그 다음 항까지 밖에 이동이 되질 않게 느렸죠.
왜냐하면 바람을 거슬러 가야 했으니까. 시에틀까지는 한달반이 걸렸습니다.
워낙 항구에 많이 들린 횟수 때문이었고 어떤 날은 항에 들어오는 입구(bar)를 폐쇄되는 날도 있거든요. 해안 측으로 들어오는 파도가 너무 커서 배가 나오지도 들어오지도 못한답니다.
이곳 미서부 해안선은 때론 굉장히 위험한 곳이 많아요. 난파되는 배들도 많았고요.
특히,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주(Oregon) 경계에 콜롬비아(Colombia) 강이 있는데, 그곳에 Maritime museum 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지역이랍니다. 그래서 최종 왕복 70일간 단독 항해를 마치고 귀항했습니다. 70일간의 북미 왕복 크루징으로 첫 번째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봐야죠.
장거리 대양 항해에 대해서는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다 열거하자면 종일 이야기해도 모자랄 듯...


▲ 금문교 들어 가는 중 (제공 : LA한인요트클럽)

그 다음 이정표는 미국해안경비대(United States Coast Guard)에서 받은 정식 선장 자격증(Charter Boat Captain’s License)을 획득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 북한과 교류가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저의 희망은 교포 세일러가 요트를 타고 북한의 원산까지 민족 통일을 상징할 수 있는 항해 하겠다는 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도 바뀌고 한국 대통령도 바뀌어 점점 화해 무드는 금이 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팬데믹이 왔습니다. 모든것이 얼어 붙어버렸습니다.

몇 년이 그대로 흘러 2023년 3월 태평양횡단을 실행할 시간이 왔었습니다.
2023년은 미주 이민자들에겐 뜻깊은 해였습니다.
한국 사람이 최초로 미국 땅 하와이에 들어온 것이 1903년입니다. 그로부터 12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 한국으로의 항해 전 IGNATELLA호의 재정비하는 모습. 현재 인천 이민박물관에 영구전시중 (제공 : LA한인요트클럽)

그때까지도 대양을 항해할 만한 한국 교포 스키퍼를 구할 수는 없었기에, 제가 가르치던 초보 교육생 두 명과 소문을 듣고 동참하겠다는 한국인 한 명을 포함하여 모두 네 명이 크루가 되어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2명은 하와이에서 하선하게 됐고요. 그때 아는 기자분이 제가 태평양 횡단 한다는걸 알고 연락이 와서 한인 이민 120주년 특집 기획으로 하자고 해서 시작이 되었지요.


▲ 인천 왕산마리나에 도착한 모습 (제공 : LA한인요트클럽)

그리고 한국 인천에 도착하자, 인천 송도에서 재외 동포청 개설 유치함으로써 저희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최종 항해에 사용했던 배는 인천 이민 박물관에 영구 전시하기로 하고 전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한국의 날 행사 꽃차 퍼레이드에 올랐고, 미주 한인을 빛낸 영웅 10인에 추대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정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제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2년 내 은퇴하려 합니다. 그땐 저희가 북으로 항해해서 캐나다 밴쿠버섬 안쪽을 통해 알래스카까지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요.
향후 계획은 요트인 양성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싶고, 그래서 ‘스키퍼’가 늘어나는 것이 희망 사항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요트 하면 대다수가 세계 일주를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요트를 통해 남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좀 더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미국요트 문화는 대개 가족 중심의 레크리에이션이 강합니다.

▶ 평소 한국 해양레저(요트) 활성화에 도움될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 해양레저의 활성화에 대해선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 되어가면 된다고 봅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 빠른 발전율을 보이는 것 같아요. 다만 법 규정 같은 것들이 발목을 잡고있는 것 같아 아쉽게 보입니다.
국토의 삼면이 바다고, 주변에는 아름다운 섬으로 가득한 조건은 부러울것이 없어요.
제가 부럽습니다. 제 주위엔 섬 달랑 하나거든요.
또 하나는 해양레저문화의 활성화가 되려면 지자체에서 운영, 관리하는 마리나가 많이 건설 되어야 합니다. 개인 기업으로 들어가면 이윤 목적이 먼저가 되다 보니 정박료가 비싸지겠죠.

▶ 한국은 요트가 갓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
미국 요트 클럽은 역사와 문화가 깊이 자리 잡혀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은 요트 문화가 아직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클럽 문화의 역사가 짧으니 그럴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국 내에서 요트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한 제재가 너무 많다는 것도 작년에 한국 갔을 때 나름 느꼈었고요. 물론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근해에 그물이나 어업 활동에 의한 장애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데이세일링(Day sailing) 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장애물을 피하려면 멀리 나가야 하니까요.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 미국에 가서 구매 후 요트를 몰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에 유통되는 요트들은 많이 없고 다양한 배들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구입하는 배 브랜드도 몇종류가 없습니다. 베네토, 제뉴, 듀포, 바바리아 등 유럽산 배들만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솔직히 위에 언급한 배들이 보급형으로 가격이 싼 편입니다.
좋은 브랜드가 수없이 많고 가격도 비싸지요. 좋은 브랜드는 제작 품질이나 내장재들이 다릅니다. 연식이 좀 되었어도 가격 대비 좋은 배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찾는 배는 거의 거기가 거기 같습니다.
중고 요트를 해외에서 가지고 오는건 큰 바다를 경험함과 동시에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점 등, 개인의 역량 향상을 위해서 격려할 만합니다. 물론 위험 부담은 본인 몫이겠지만요.
미국에서 간혹 배 사러 오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서부보다 동부쪽에 배가 많아요. 그러나 운송하는데 파나마 너머 태평양을 건너야 하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서부에서 구입 한다면 훨씬 간단할 것 같아요. 미국엔 아주 다양한 배들이 많아요.
참고로 대만에서 좋은 고급 요트를 많이 만듭니다. 거의 다 수출 하겠지만요.


대한민국은 3천 개가 넘는 섬을 자연 유산으로 가지고 있다. 바람과 조류 이러한 자연을 이용한 해양레저 활동은 우리에게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글로벌 보트쇼와 해양레저 관련 산업행사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슈가 해양 활동을 통한 ‘행복 라이프 스타일’의 추구이다.
요트를 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항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해외에서 요트를 구매 후 직접 항해 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관련 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문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
“요트가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겨라!” LA 한인요트클럽 남진우 선장의 말처럼 생활에 좀 더 가깝고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안전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1953~2000년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삶에 대한 향상을 양보해 가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목적은 아마도 최종 우리 삶이 행복하기를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고령화에 들어서고 있으며, 언제까지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개인 삶을 양보해 가며 사회의 구성으로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더 이상 해양레저 활동은 특별한 사치 행위나 과소비가 아닌 우리 삶의 치유나 질적 향상의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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