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후 평생 장애…병원·의사에 5억2천만 원 배상 판결

- 의료진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아 후유증이 악화
- 설명의무와 시술 후 조치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중요한 판례

- 의료진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아 후유증이 악화

- 설명의무와 시술 후 조치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중요한 판례



허리 통증으로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을 받은 환자가 시술 직후 ‘마미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신경계 합병증을 앓게 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과 담당 의사에게 5억2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산고등법원은 2025년 6월 19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서 “의료진이 시술 전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과 시술 후 경과 관찰 소홀도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환자 B씨는 2016년 6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J씨로부터 요추부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직후부터 골반 감각 저하, 배뇨·배변 장애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은 약 2주가 지난 후에야 마미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이후 B씨는 영구적인 신경 손상과 하지 근력 저하 증상을 겪으며 평생 장애를 안게 됐다.



법원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을 우선적으로 인정했다. 수술 동의서에는 환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가 대신 서명했으며,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구적 신경손상이나 마미증후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는 점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마미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그 피해가 중대한 만큼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도 인정됐다. J씨가 시술을 시행한 요추 4~5번 부위는 마미신경이 분포된 위치로, 감정의들로부터 “레이저 열 또는 기구 접촉으로 인한 신경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출됐다. 또한 시술 직후 증상을 호소한 환자에게 약 8일이 지나서야 비뇨기과 협진이 이루어지고, 10일 뒤 재활의학과 협진이 의뢰되는 등 경과 관찰과 조치가 지연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중대한 신경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빠른 영상 검사 및 전문 진단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아 후유증이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진료 재량의 범주를 넘는 과실이라는 취지다.


손해배상액은 B씨의 기존 디스크 병력 등 기왕증과 의료행위의 고위험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지만, 총 손해액이 약 11억5천만 원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최종 배상 금액은 이자 포함 약 5억2천여만 원으로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동일하게 J씨와 병원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측이 공동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B씨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정향 의료팀(차성원, 유진영 변호사 등)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설명의무와 시술 후 조치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중요한 판례”라며 “고령 환자와 고위험 시술 환경에서 의료진이 더욱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의료사고 보상 판결을 넘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와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신속·정확한 진단 체계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법조계와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로 나아가기 위해 의료기관의 설명과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