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주산 ,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240404)

- 유난히 향기롭고 색도 좋다. 꽃을 보는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


천주산 ,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유난히 향기롭고 색도 좋다. 꽃을 보는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


김일하-발로 뛰는 문화유적 답사기





최근 SNS에 자주 올라오는 사진 중에 봄꽃이 활짝 핀 산이 있다.
봄이면 사람들은 분홍색으로 물들 산을 찾아 그 안에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찾아보라는 듯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그 한순간만은 자신이 꽃보다 더 이쁘길 바라면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수십 여장의 사진을 찍는다.


봄은 남쪽에서부터 온다고 했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는 유채꽃이 봄을 알리고, 바람의 언덕에서는 동백꽃이 봄을 알리며, 광양에서는 매화가, 구례에서는 산수유가 봄을 알린다. 그리고 진해 군항제가 끝나면, 봄이 절정에 다다랐음을 알려주는 진달래가 핀다.
이 진달래는 여수 영취산과 거제 대금산에서 이미 절정을 보내고 마침내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천주산이다.

천주산은 마산과 창원을 잇는 산줄기의 중간에 우뚝하게 솟아 있다. 글자 그대로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란 의미를 가진 가지고 있지만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해발 639미터, 인근 무학산 761미터에 비하면 낮은 산이지만, 매년 4월이 되면 전국 산객과 선남선녀들이 찾아오는 ‘핫 플’ 이 되어 있다. 천주산이 유명한 이유는 요맘때 만날 수 있는 진달래 때문이다.


▲ 천주산 진달래

산에 오르는 길은 천주암에서 오르는 길과 반대편 달천계곡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 두 곳에서 올라오지만, 간혹 나처럼 석불사에서 오르기도 한다.
석불사에서 오르는 길은 지역주민들과 산꾼들 정도만 아는 길이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등산 시간은 다른 길과 비슷해 대략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천주암에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가 난관이다. 주차 문제로 차를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아 몇 번이나 차를 돌려야 겨우 한자리 날 수 있지만, 그것도 운이 좋을 때 가능하다.
진달래 피는 일출로 유명해 많은 사람이 일찍이 산을 찾다 보니 새벽부터 많은 사람으로 산 밑 주차장은 여유 공간이 없는 편이다.

천주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게 되는데 약수터까지는 삼나무가 잘 정리되어 있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약수터에서 쏟아지는 물로 목을 축이고 이내 고갯마루까지 오르면 저 멀리 천주산이 보인다. 아직은 아득히 보이나 산이 입은 봄옷의 색감이 누가 산 위를 분홍색으로 덮어놨는지 감탄사가 절로 난다. 하지만 곧 이 감탄사는 가파른 등산로에 헐떡이는 숨소리로 변하게 된다.
경사가 급하고 흙이 많다 보니 먼지도 많이 일어난다. 길 양옆 심어진 벚꽃이 아직 남아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힘겹게 오르다 보면 우측 나무숲 사이로 소로가 나 있는데 산책하기는 그만이다.
원래 능선으로 타고 산을 오를 수 있게 크게 길을 냈지만, 비치는 햇살과 더운 날씨에 땀이 많이 나다 보니, 주로 잣나무 사이로 난 소로를 오르게 된다.

그렇게 시원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 부근, 첫 번째 진달래 포인트가 나온다.
이곳부터 저 멀리 천주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까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부터 사람과 진달래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산행을 할 수밖에 없다.
‘뷰 포인트’는 벌써 사람들로 북적이고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정상 아래 ‘데크’에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하느라 여념 없다.
정상 부근 헬기장 근처는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있어 도시락을 먹고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언제부터 올라왔는지 쉼터에 자리 잡은 아이스크림 판매 아저씨의 손은 아이스크림과 돈을 맞바꿔가며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스크림 주변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산행으로 열 오른 몸을 식히고 있다.
산 아래에서 천 원 하던 것도 산에서는 두 배인 2천 원이다. 메뚜기도 한철이고, 이곳도 한철이라 연중에 일주일 정도만 볼 수 있는 산의 진풍경이 있기에 아이스크림 가격 정도는 이해되는 듯하다.


▲천주산 진달래

올해 진달래는 유난히 향기롭고 색도 좋다. 꽃을 보는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함께 핀다.
동네서 보던 진달래보다 이렇게 군집 해 한 번에 피는 봄꽃을 보면 차갑게 겨울 같던 기분과 스트레스가 녹아 봄이 온 것처럼 산객에게 위로와 행복을 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일 년 중 한번 이 장관을 보기 위해서 기다린 보람이 있다. 작년에 천주암 코스로 갔으나 올해는 집에서 늦게 출발하다 보니 석불사 코스로 올랐다.
소계동에 있는 암자로 오르는 길이 이쁘다. 벚꽃은 이미 많이 떨어져 가지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남아있는 꽃잎도 떨어지는 중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꽃과 어울린 그 풍광이 여느 벚꽃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다.

석불사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차가 없다. 금요일인데 이렇게 차가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지도에도 여기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안내는 아직 없으니, 마산 사람들만 아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석불사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산을 개간해서 만든 계단식 밭 사이로 10여 분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멀리 마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계단식 밭에는 감나무, 복숭아나무, 유채꽃, 마늘 순이 올라오고 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두 갈래 길이다. 오른쪽이 최단코스로 천주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둘레길을 둘러 산의 능선을 타는 길이다.
몇 번 오지 않던 곳이라 처음 의도와 달리 왼쪽으로 길을 잘못 들었으나, 산 정상을 보며 길머리를 잡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향할 수 있었다. 능선에서 만나 진달래는 반갑고, 정상에서의 만난 진달래는 기뻤다.

내려오는 길은 창원의 시내와 마산 시내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코스로 잡았는데 역시나 등산객이 없다. 나 외에 내려오는 길에는 중간쯤 만난 한 명이 전부였다.


▲ 천주산에서 바라본 창원시


눈앞에 팔용산을 기준으로 왼쪽에 창원대로가 일자로 뻗어있고, 오른쪽에는 아파트와 빌딩들 사이로 마산만의 바다가 윤슬에 반짝인다.
잠시 쉬어 경치에 취해서 한참을 보다가 내려오니 오늘 하루가 뿌듯하다.

4월 13일 이후면 여기 천주산도 조용해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 산으로 가면 된다. 천주산 진달래가 산비탈을 굽이치며 피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면, 드넓은 평원을 보는듯한 현풍 비슬산 진달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천주산 아이스크림 장사가 끝날 즈음, 봄은 다시 비슬산 대견사지 넓은 평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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