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레저 스포츠, 파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도를 만들 때

– WSL 인사에서 본 한국 해양레저스포츠 단체의 과제

– WSL 인사에서 본 한국 해양레저스포츠 단체의 과제



글로벌 서핑 산업의 중심인 세계서핑연맹(WSL-World Surf League )은 최근 니콜 메츠거(Nicole Metzger)를 최고수익책임자(CRO)로 영입했다.

스포츠 산업 전반에서 수익 모델을 창출해온 경영 전문가의 영입은, 서핑을 단순한 경기 종목을 넘어 하나의 세계적 문화산업으로 확장하려는 WSL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공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해양 스포츠 단체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WSL-Tahiti Pro - French Polynesia - (사진 제공: WSL Photo by Matt Dunbar )

공공자금에 의존하는 한국 해양레저 산업, 한국의 해양 스포츠 및 레저 종목 관련 단체들은 현재 대부분 국가의 자금이나 지역자치단체의 관광 활성화 예산 또는 지역 콘텐츠 육성 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 활성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립적 운영 기반을 갖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민간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거나, 스포츠를 산업화한 수익 모델을 구성하는 데 있어 유연성과 확장성이 부족하게 된다.


▲ 2025 WSL 시흥 코리아 오픈 국제 서핑대회 (MNLNEWS DB)

결국 이러한 공공자금에 대한 의존 구조는 해양 스포츠 단체들이 마케팅, 브랜드 협업,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사업화 등 다양한 전략을 실험하고 확대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WSL의 전략적 변화, 시사점은 무엇인가? WSL이 LPGA, NFL, NBA 등에서 파트너십과 수익 구조를 이끌어온 니콜 메츠거를 CRO로 영입한 것은 단순한 인사 발령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 스포츠 문화의 접점을 전략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서핑을 단순한 경기 종목이 아닌 전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인식하고, 그 안에 기업 파트너십, 콘텐츠 유통, 팬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려는 구체적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 2025 WSL 시흥 코리아 오픈 국제 서핑대회  (MNLNEWS DB)

이러한 사례는 국내 해양 스포츠 단체들에게도 운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단체들은 더 이상 예산 집행 기관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외부 자원을 능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민간형 조직 구조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해양 스포츠를 중심으로 브랜드화된 대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관광과 연계한 중계 콘텐츠 및 부가 상품을 개발하며, 민간 기업과의 공동 가치를 창출하는 파트너십을 유치하는 노력은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민간과 시장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외부 전문가들을 조직 안에 유입하고, 보다 전략적으로 경영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개편이 요구된다.

그동안 한국의 해양 스포츠는 행정기관 주도의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과 수익 전략, 팬 기반을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경제와 연계된 해양 콘텐츠 개발, 글로벌 교류 기반의 대회 유치, 청년층 참여를 통한 새로운 레저 문화 확산 역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해양 스포츠는 단지 바다 위의 놀이나 취미가 아닌, 지역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며, 문화적 상징성과 산업적 가치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분야다. 세계서핑연맹(WSL)의 인사 전략은 이 분야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해양 스포츠 단체들 역시 더 이상 공공 예산에만 기댈 수 없다. 해양 스포츠를 브랜드화하고,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통해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 해양레저 산업이 지속가능하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도를 만들어 나가는 변화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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