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기후위기...아라온호에게도 생소했던 북극

- 북극에서 오징어, 수백 미터 크기 빙산 관측…“14년간 못 봤던 이례적인 모습”

- 북극에서 오징어, 수백 미터 크기 빙산 관측…“14년간 못 봤던 이례적인 모습”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78일간의 북극 연구항해를 마치고 지난달 30일(월) 광양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 북위 77도에서 심해카메라로 관찰한 오징어(좌)와 넷트로 채집한 오징어 유생(우)

아라온호는 북위 77도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유생을 채집해 북극해 고위도 지역에서의 오징어 서식 가능성을 확인했다.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대게를 다수 채집한 데 이어 이번에 오징어까지 잡았는데, 이는 북극해 밖에 살던 해양생물들이 점차 북극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북극 항해에서 발견한 수백 미터 길이의 빙산(위), 북극해빙캠프 연구(아래)

북위 74도에서는 가로 350m, 세로 110m 크기의 대형 빙산과 만났다. 캐나다나 그린란드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북극해를 떠돌던 빙산으로 추정되는데, 태평양 쪽 북극해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연구팀은 빙산이 녹으면서 주변 해수의 염분을 떨어뜨려 북극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극해 장기관측장비를 온전히 수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라온호는 북극항해 때마다 북극해의 연간 변화를 관측하기 위해 계류장비를 설치하고 다음 해에 회수하는데, 과거에는 해빙(바다얼음)이 배의 접근을 막거나 장비를 손상시켜 실패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는 해빙의 분포가 평년 대비 크게 줄었다.

반대로, 해빙에 배를 정박하고 해빙 위에서 두께 등을 측정하는 해빙캠프 연구는 연구 지점 찾기에 애를 먹었다. 북위 79.5도에서 해빙캠프를 진행했는데, 지난해보다 북쪽으로 100km가량 이동한 위치이다. 대형 빙산의 등장과 해빙의 감소, 비북극권 해양생물의 출현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연구소 홍종국 박사 연구팀도 해빙이 줄어든 틈을 타 북위 80도 위의 공해상에서 해저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전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곳으로, 이번에 수집한 해저퇴적물은 과거 북극 환경을 복원하는 연구에서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해 동시베리아해에서는 지난 탐사에서 찾은 메탄가스 방출 지점 하부의 지층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지구물리탐사를 진행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기체로, 이번에 관측한 자료는 메탄 생성 원인과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메탄 양의 분석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약 한 달간의 정비를 마치고 이달 말 남극으로 떠날 예정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아라온호는 2009년 첫 북극행 이후 지난 14번의 항해에서 보지 못했던 북극바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돌아왔다. 관측하고 채집한 자료를 분석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구체적으로 살피고,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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