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240404)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김   판   주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바다는 달과 태양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낮아지는 간조와 그 반대로 수면이 높아지는 만조가 매일 교차 된다. 이같이 조석간만차에 의해 바닷물은 흐르게 된다.
만조에는 바다 수면이 한껏 솟아오르고, 부풀어 오른 바닷물은 강화도를 거쳐 한강으로 다시 흐르게 된다. 그러면 강의 수면은 2미터 이상 높아지게 되고 서쪽 바다로 흐르던 물이 역류하여 서울의 동쪽 잠실대교까지 거꾸로 흐른다.
특히 태양과 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될 때면 가장 강한 인력으로 인해 바닷물은 더욱 높이 끌어올려진다.
이때를 대조기라 한다. 대조기에 볼 수 있는 한강의 역류는 가히 역동적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물은 ‘촤-촤-학!’ 하는 거친 소리를 내며 파도를 일으킨다. 와류가 생기고 거품이 요동친다. 그리고 물의 빠른 속도가 수면의 공기와 마찰을 만들어 바람도 덩달아 거칠어진다.
이런 날 배를 운항하다 보면 물 흐름 파악이 쉽지 않아 역류하는 물살에 이리저리 떠밀리기도 한다. 노련한 운항사라도 계류장으로 접안 할 때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통제력을 잃으며 여기저기 부딪히고 깨지는 일이 다반사다.
굳이 대조기가 아니라도 만조 날 한강을 흐르는 물은 그야말로 자연의 야성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강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 사진 : 스키퍼 김판주(님) 한강 운항 모습 (Golden Blue Marina-러셀러호)  

이처럼 한강이 거꾸로 흐르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에 사는 많은 시민은 한강을 제대로 관찰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강 주변 도로의 구조 특성상 한강은 지나치며 눈으로만 보게 된다. 지하철, 버스, 자가용 등 이동하는 중에 바라보기 때문에 물의 흐름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강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으며, 강을 즐기며 사랑하기가 어렵다. 무척 아쉽다 느껴진다.

예전 한강은 시민이 언제든지 찾아와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강의 도처에 포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수산물을 사기 위해 포구를 찾아왔고, 여름은 수영하고 겨울은 스케이트를 탔다.
그 시절 정치인들은 강변 넓은 모래밭에서 대규모 집회와 연설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한강과의 접촉이 가능했다.
그러다 서울은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재정비 차원의 대규모 한강 정비사업을 추진했고, 우리가 알고 있던 한강의 모습은 크게 변모하였다.
강의 남과 북에 동서로 길게 대규모 뚝방을 쌓은 후 그 위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개통했다. 뚝방을 쌓는 데 필요한 모래와 골재를 한강에서 퍼 올리면서 강의 수심은 깊어졌고, 김포대교 아래쪽 건설된 신곡수중보로 인해 강물은 더 늘어나고 수심이 깊어졌다. 그 결과 시민들에게는 한강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되고 말았다. 뚝방과 함께 주변으로 건설된 6차선 도로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고, 깊어진 수심 때문에 쉽게 물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한강은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시민들은 한강을 잘 모르게 되었다.

한강은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수도에는 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도 우리의 한강만큼 넓고 풍부한 수량과 오래 역사를 가진 강은 드물 것이다.
한강을 따라 도처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고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도 있다. 조선의 임금님이 경복궁에서 수원으로 행궁 할 때 부교를 만들어 띄웠던 노들섬이 있고, 그곳에 1900년에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도보교인 한강대교(제1한강교)가 있다.
여의도 가까이 가면 IFC(서울국제금융센터)가 피사의 사탑처럼 비스듬한 디자인으로 위용을 부리며 서 있고,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파크원타워(333m, 69층)도 있다. 물론 1위는 롯데월드타워(555m, 123층), 서울의 랜드마크 답게 어디서든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강은 역동적이고 자랑스럽다. 그래서 한강을 더 많이 알고 한강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교통 인프라가 더 많이 생긴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86년 완성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친환경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었지만, 지금의 한강은 700(m) ~ 1.5(Km)에 달하는 거대한 넓이를 갖고 있다. 파리 센 강과 런던 템스 강의 열배가 넘는다. 평균 수심은 3 ~ 5(m)라 웬만한 배는 띄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요트를 타고 잠실, 반포에서 출발하여 서해, 제주도,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다. 여러 곳에 만들어진 둔치는 예전의 모래밭을 충분히 대신해 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곳 둔치에서 일상을 즐기며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

난 반포대교 세빛섬에서 보트와 요트를 운전하는 항해사이다.
세차게 역류하는 만조 시의 한강은 두렵다. 서해에서 솟아올라 역류해 들어오는 바닷물을 품을 수 있는 한강이라서, 그 크기에 경외심이 늘 새롭다.
한편으로는 세계의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한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늘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멋진 강이다. 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강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번 4월의 대조기는 24 ~ 27일 경이다. 한강이 거꾸로, 그것도 힘차게 역류하는 박진감 있는 물살을 느껴볼 수 있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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