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생명정보 기술 활용한 ‘독도 바다사자’ 독립 계통 확인, 생물주권·기술역량 입증
- 멸종 원인, 유전 결함 아닌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남획…국제학술지 ‘BMC Biology’에 게재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용석)은 1970년대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독도 바다사자(일명 강치)의 전장(全長) 게놈을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BMC Biology(Springe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독도와 울릉도에서 발굴한 강치 뼛조각 16개를 대상으로 첨단 고대 게놈 분석법을 적용해, 적은 시료와 제한된 DNA 추출량에도 불구하고 총 8.4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빅데이터 속에서 전체 유전체 분석을 완성했다.

분석 결과, 독도 바다사자는 약 200만 년 전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분리돼 독립된 종으로 진화한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또한 물개·큰바다사자 등과의 유전자 교환 흔적이 확인돼, 북태평양 해양포유류 진화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멸종 직전까지도 독도 바다사자가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이는 멸종 원인이 자연적 유전 결함이 아닌, 일제강점기 시기 무분별한 남획 때문임을 보여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 성과가 ‘Dokdo sea lion’이라는 명칭을 국제 학계에 공식 표기함으로써, 독도 생물자원과 주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연구에는 수과원, 서울대공원, 게놈연구재단, 울산과학기술원, 러시아 유럽고게놈학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독도 바다사자는 19세기 중반까지 동북아 해역에 약 5만 마리가 서식했으나, 1950년대 50여 마리로 급감했고 1990년대 공식 멸종이 선언됐다. 외형과 생태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갈라파고스 바다사자와 유사하다.
최용석 원장은 “이번 국제 공동연구는 독도 바다사자의 기원과 독립종 지위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우리 해역 고유종의 유전적 특성 연구를 확대해 생물 주권을 강화하고 미래 해양산업 기반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